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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콜센터 상담사 뇌출혈, 산재 아냐"...감정노동 살핀 1심 취소

2022-08-03 13:58:00



법원 “콜센터 상담사 뇌출혈, 산재 아냐"...감정노동 살핀 1심 취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콜센터 근로자 A 씨의 뇌출혈이 산재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은 A 씨가 감정노동자라는 것을 고려해 산재를 인정한 반면 2심은 스트레스가 병이 발생할 정도로 과도하지 않았고 기존 질환인 고혈압이 자연적으로 악화된 것이라면서 이를 뒤집었다.

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함상훈)는 콜센터 근로자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뇌출혈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고혈압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A 씨가 육아와 가사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업무와 뇌출혈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 씨는 2018년 2월부터 무인주차 정산기, 주차요금 정산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을 상담하는 콜센터 직원으로 일했다. 일을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A 씨는 사업장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우측 반신마비와 실어증 증세를 보이면서 쓰러졌다. 뇌출혈 때문이다.

A 씨는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전화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폭언이나 성희롱에 시달렸고 고객 항의를 직접 해결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A 씨가 쓰러진 날은 다른 때와 달리 연속 4일을 근무했고 평소보다 통화량이 많았다.

그러나 공단은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기적인 근무시간 외에는 업무 부담이 가중될만한 이유가 없었고 고용노동부 고시상 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돌발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거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확인되지도 않았다.

1심은 A 씨 손을 들었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아닌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ㆍ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또 감정노동을 하면서 정신적 부담이 있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녁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휴식시간이나 휴게시설이 없었고 다음 전화를 받기 위해 상시 대기했어야 한다는 사정도 상당한 육체적 부담으로 받아들여졌다.

2심 판단은 달랐다. A 씨의 업무가 병이 발생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심은 우선 A 씨의 근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 기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 사실을 지적했다. 고시가 대외적 효력이 없고 내부 업무처리 지침에 불과하긴 하지만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데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심 재판부는 "A 씨가 감정노동자로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는 전화상담 업무에 종사하기는 했지만 병이 발병할 정도의 정신적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악성 운전자와의 통화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A 씨를 직접 대상으로 하거나 욕설, 폭언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통화기록을 간단명료하게 입력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화상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인정할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업무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뇌출혈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감정의의 소견도 판단 근거가로 제시됐다. 또 다른 감정의는 감정노동의 경우 노동의 질을 고려해 업무 강도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A 씨가 업무로 인해 병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A 씨의 건강상태나 기존 질환인 고혈압에 대한 별다른 치료나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보면 뇌출혈은 개인적인 요인이 자연적 경과에 따라 악화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A 씨는 판결 결과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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